작성일 : 13-06-14 11:26
  황금빛 전통도료에 매료 우리'色'밝히기 10여년
      브레인케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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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병석(丁炳碩·52)광주시교육청 장학관의 명함 뒷면은 다소 색다르다. 황칠(黃漆)연구가 -.

그는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시 교육청 연구사·장학사를 거쳐 교장급 교원 전문직인 장학관에 올랐지만 교육청 안에서도 황칠 연구가로 더 잘 통한다.

그는 일과가 끝나면 광주에서 승용차로 40여분 거리인 전남 나주시 동신대의 생물자원산업지원센터에 있는 ㈜골든 바이오 탑(대표 황백 전남대 교수)을 찾는다. 지난해 선·후배 세명과 함께 황칠 연구와 이를 활용한 제품 생산을 위해 세운 곳이다.

그가 황칠의 신비에 빠진 것은 광주과학고 교사이던 1991년. 전남대 임형탁(식물분류)교수에게서 "중국의 당 태종이 백제에서 들여다 궁중에서 귀하게 쓴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었다"는 말을 듣고 이 황금빛 도료에 이끌렸다.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그 맥이 끊겨 안타까움이 더했다. 때마침 광주시교육과학연구원 정원에 황칠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.

황칠 자생지를 찾아 다니던 그는 다산(茶山) 정약용 선생의 『다산시선』에서 '황칠'이라는 시를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. 선조 다산에 대한 흠모로 다산 문집을 즐겨보다 우연히 발견했다.

'그대 보았더냐 궁복산(弓福山) 가득한 황(黃)/금빛액 맑고 고와 반짝 반짝 빛이 나네…(중략)'

이 시에서 다산은 황칠 도료의 우수성을 예찬하고 황칠 공납(公納)에 시달리던 지방민들이 밤에 몰래 찍어내기도 했다고 썼다.

丁씨는 전남 완도군 장좌리 앞바다의 청해진 유적지 인근에서 주민의 도움으로 황칠 군락지를 찾아냈다. 그리고 그 산이 장보고 대사의 아호인 '궁복'을 따 궁복산으로 불렸던 것도 알아냈다. 황칠나무를 광주 인근에 옮겨 심고 황칠에 매달린 그는 92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 '전통도료 황칠의 특성 및 그 이용에 관한 연구'로 대통령상을 받았다.

이듬해 학교에서 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로 자리를 옮겨 과학교사 연수 업무를 맡은 뒤에도 틈만 나면 『동의보감』 『본초강목』 등 옛 문헌을 뒤지며 황칠 연구와 작업에 몰두했다.

다기·부채·반상 등 황칠제품이 늘어나면서 한동안은 임대 아파트를 세내 야간 작업실로 썼다. 황칠을 다량 채취하는 방법과 황칠이 함유된 합성도료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 두건을 등록했고, 황칠 음료 제조방법 등 세건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.

그는 "황칠에서 나는 은은한 향(香)이 마음을 편하게 해줘 밤늦도록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다"고 했다. 지난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황칠에 대한 자문을 구해 와 황칠이 식품의 부원료로 허가나는 데 도움을 줬다.

그렇다고 본분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. 그는 장학사 시절 4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 총괄업무를 맡아 별 다른 사고없이 시험을 치러냈다. 장학관 때는 7차 교육과정 기획팀장을 맡아 교육부 종합평가에서 우수 교육청으로 지정되는 데 한몫했다. 지금까지 교육부장관상 일곱번, 교육감상 열세번을 받았을 정도다.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(http://210.218.3.30/~goldtree)에서 "교육전문직의 사명과 전통문화 연구,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"고 적고 있다.

광주=천창환 기자
<chuncw@joongang.co.kr>chuncw@joongang.co.kr>